살면서 주변에 두면 안 되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여러 군상이 있겠지만 내 경우 딱 꼴 보기 싫은 사람은 남 뒷담화 하는 사람이다.
나도 뒷담화는 한다. 주로 가장 가까운 연인이나 친구나 이런 블로그 같은 개인적인 곳에서 한다. 보통 이런 경우의 뒷담화는 진지하지 않다. 진지하더라도 금방 지나가버린다. 술자리의 안주거리 정도인 셈이다.
정말 참지 못하는 것들을 나는 당사자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다. 진지하게 말하기 전에 반 진담, 반 농담식으로 말해 선을 긋는다. 대부분은 그것을 알아듣고 인정하고 수용해 준다. 그러면 서로가 서로에게 편한 관계가 된다. 나에게 있는 선을 표현함으로써 상대가 함부로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죽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성격이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속으로만 삭히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남이 던진 쓰레기를 굳이 주워다 자기 호주머니에 넣고는 내 호주머니가 더러워졌다고 계속 슬퍼하는 격이다. 이해 못 할 것은 없다.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또 어떤 사람은 무리에서 정치질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발견하면 그걸 참지 못한다. 앞에서는 대놓고 말도 못한다. 이런 사람 중에 남 뒷담화를 일삼는 버릇을 가진 사람이 확률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주로 들어주는 걸 즐기는 편이다. 과묵한 성격은 아니지만 어쨌든 잘 들어주는 리스너다. 그래서인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신의 속내나 가정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나는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
문제는 잘 들어주는 내 성격 탓인지 굳이 꾸역꾸역 내 옆에 붙어서 내내 남 뒷담화를 해대는 사람 때문이다. 내가 건성으로 대해도,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해도 어지간히 단호하게 말하지 않으면 멈추질 않는다.
물론 내가 그만하라고 단호하게 말하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관계는 어딘가 서먹해진다. 그 사람은 또 어디에 가서 나를 욕할 게 뻔하다. 사회생활은 이렇게 답답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좀처럼 단호하게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딱 잘라 말하긴 그렇고 건성으로 대충 그 뒷담화 시간을 흘려보내버린다. 그럼에도 나 역시 사람인지라 그 사람이 뒷담화하는 대상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버리는 게 문제다.
"걔는 정말 잘 안 씻잖아. 맨날 덤벙거리니까 실수도 많고. 근데 그걸 내가 다~ 감당하려니 지치지 않겠어? 옆에 사람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이런 식으로 듣다보면 아무리 흘려들어도 한계가 있다. 그 뒷담화 상대가 정말로 이럴 것이란 하나의 정보가 구축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이후에 이 사람을 대할 때 '이 사람은 잘 안씻는댔지. 덤벙거리고 실수도 많고.'라고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된다.
이게 질색이다.
사람은 내가 직접 겪어봐야 한다. 내 절친이 자기 남자친구가 어떻다 하며 욕을 할 때조차 그 남자친구 얘기도 들어봐야 모든 게 확실해진다. 물론 친구 앞에서는 친구 편을 든다. 그래야 인간관계가 편하니까.
내가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상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정말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쌓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참 손해 보는 느낌이다.
아니, 이런저런 걸 떠나서 남 뒷담화를 들어주는 게 질색인 건 이 이유가 제일 크다. 그냥 스트레스받기 때문이다. 자기 스트레스를 나에게 전가시키는 그 행위로 인해 나까지 기분이 안 좋아진다. 그야말로 민폐가 아닐 수 없다. 남 욕하면서 함께 곁들이는 TMI도 듣기 싫다.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 배우자 얘기, 자식 얘기, 힘든 얘기 등등 자기 불행을 자랑하며 얻고자 하는 건 동정인가, 연민인가.
뭔가 심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게 된 요즘 일상이 참 다행이고 행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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