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쓴다. 내가 폰으로 글 쓰는 걸 싫어하니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었다.
폰으로 글을 쓴다는 건 오타와의 싸움이다. 손톱을 조금만 길러도 키패드를 누르는 게 상당한 고역이 된다. 손톱을 바짝 깎아도 마찬가지다. 내 손가락에 살이 찐 건지 내 손가락의 적중률이 떨어지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키보드 타자는 매우 빠른데 키패드로는 속도가 안 나오는 것도 문제다. 치는 것에 집중하려니 글 쓰는 데에도 잘 집중하지 못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문자보다 통화가 편한 사람이었다. 장시간 통화는 어쩌다 한 번 할 수 있어도 하루종일 답장이 이어지는 장시간 문자메시지는 정말 싫어했다.
이젠 많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서 적당히 메시지를 끊는 법을 안다. 어지간하면 이건 통한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통화를 어려워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배달 음식점에 직접적인 통화로 클레임을 하지 못해서 별점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좀 슬프다. 직접 주고받는 목소리는 상대의 미묘한 감정까지 알아차릴 수 있다. 메시지만을 고수한다면 인간관계를 손해 보는 느낌이다.
나처럼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것이 고역을 위한 사람들을 위한 기능도 있다. 음성인식으로 글을 쓰는 것인데 속도면에서는 훌륭하다.
그러나
"이 또한 발음이 정말 정확한 사람이 아니라면 계속 오타에 시달려야 한다."
라고 음성인식을 시켰는데 오타가 나오지 않는다. 대단하군.
"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일이 있으면이 음성 인식을 한번 더 제대로 활용해 봐야겠다."
뭐지. 생각보다 장확 하네?
기술은 계속해서 발달하고 언젠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살아갈 날이 올까? 모든 상호작용이 인터넷과 가상현실로 대체된 세계를 나는 잘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용무가 있거나 안부를 전하고 싶을 때,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 곤란한 일을 처리할 때 등등 냅다 통화 버튼을 눌러버리는 사람이니까.
말 한마디로 천냥빛을 갚는다고 했다. 내 목소리의 어조와 감정, 진실함 등은 문제해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전하기도 쉽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아갈 것 같다. 오랜만에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지만, 나는 여전히 이게 싫다고 한 번 더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긴, 그럼에도 이는 감사할 일이다. 몸살기운이 있어 침대 위에 누워서도 포스팅을 작성할 수 있는 이 당연한 세상이 말이다. 뜻하지 않은 감사함은 이렇듯 취약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깨달음을 준다.
앞으로는 싫다고 단정해버리기 전에 이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도록 궁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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