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몸살에 걸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독감조차 옮지 않는다며 내 건강한 몸을 칭찬했건만 야무지게 아파버렸다.
열이 나고 온몸이 부서지게 아프던 몸살은 주말 내내 나의 경이로운 치유력으로 싸워 이겨냈다. 문제는 인후통이다. 목이 너무 아파서 침을 삼키는 것조차 진짜진짜 힘들었다.
오늘 이비인후과에 갔다. 독감 검사를 하자고 하신다. 이 검사가 지금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인후통보다 10배는 더 아팠다. 검사키트 면봉이 내 뇌 속을 한 바퀴 돌고 나온 느낌이다.
검사결과가 너무 웃겼다. 왜냐하면 내가 독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독감에 걸린 사람과 그렇게 가감 없이 잘 어울려 지냈는데 독감이 아닐 수 있을까? 나는 그냥 감기였다. 그렇다는 것은 누구에게 옮은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그냥 독자적인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게 그냥 너무 웃겼다. 독하다 독해.
비타민C 메가도스를 할 때엔 어지간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았었는데 최근에는 귀찮기도 해서 먹는 걸 소홀히 했었다. 이게 면역력을 조금씩 떨어트리고 있었나 보다.
어찌 되었든 병원은 무섭다.
보통 감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정도로는 주사를 맞거나 상담을 하여 약을 처방받는 수준이다. 이건 그리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엔 엉덩이 주사를 안 놔주는 병원이 훨씬 많다. 일반적인 진료란 그렇다. 그럼에도 병원이 무섭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철이 안 드는 구석이 있는데 내 경우엔 병원에 가기 싫은 게 철이 안 드는 모양이다.
치과는 좀 다른 문제다. 이는 평생 극복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문제 같다. 치과는 정기점진을 받으러 갈 때도 이유 없이 덜덜 떨린다. 치과는 병원 입구를 마주하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두렵다. 아니, 치과를 가야 하는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섭다. 아니, 내일이 치과 가는 날이라고 알게 된 전 날부터 이미 무섭다.
아무튼 나는 아픈 게 싫다. 아파도 참으면 지나가기 마련인데 너무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하니 아픈 게 싫은 거다. 이러니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잘 내고 사는 사람들이 아픈데도 병원을 안 가고 굳이 약국에서 약만 사다 먹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감기에 걸리고 호되게 혼난 요 며칠이었다. 독감은 아니었지만 독감주사를 미리 맞을 걸 그랬다. 독감 검사비용이 3만 원인가 그랬는데 그 돈으로 미리 독감 주사를 맞았으면 아플 일도 없지 않았을까?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예방만큼 최선의 방법은 없다. 역시 진리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아프고 나면 묘하게 피부가 너무 좋아진다.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자는 동안 바이러스와 싸운다고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주말 내내 아팠더니 오늘 피부에서 그야말로 광채가 났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렇게 아픈 것도 좋은 구석이 있다니 세상은 역시 좋은 일만 있지도, 나쁜 일만 있지도 않다.
결론은 나는 병원이 싫다. 그럼에도 병원에 다녀오고 바로 목 통증이 상당히 호전되어 살 것 같아졌다. 그러니 병원은 가야 한다. 하지만 병원이 싫으니 갈 일을 만들면 안 된다. 아프지 않으면 된다. 몸 관리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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