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실컷 눈탱이 맞고 왔다며 격분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적으로 내 제주도 여행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특히 음식에서의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제주도 여행 당시, 나는 로컬 제주도민이 찾는 허름한 식당 위주로 찾아 들어갔다. 그러니 가격으로 눈탱이 맞을 일도, 맛에 실망할 일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집에서 요리를 잘 해먹지 않는다. 주로 외식과 배달음식에 의존한다. 맛집 전문 블로거로 활동했던 이력도 있다. 게다가 요식업계에서 오랫동안 일도 했었다. 그러니 많은 식당을 다방면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일단 예쁘게 사진이 잘 나오는 식당은 잘 찾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는 인스타용 식당과 카페가 널려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나 수단이 되어버린 곳은 사람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자연스레 홍보도 된다. 그러니 자꾸 그런 식당이나 카페만 생기는 것 같다.
물론 한국의 식당은 상향평준화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어딜 가든 더럽게 맛없는 곳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인스타용 예쁜 식당과 카페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맛은 그냥 다 보장되어 있다.
골목을 누비며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 나다. 지나가며 많은 가게들을 본다. 국밥집을 예로 들어볼까. 오래되어 보이는 식당인데 안에 아저씨들이 가득하다? 그냥 들어가라. 국밥 맛집이다.
식당 안의 손님들이 로컬인지 아닌지 사실 알아볼 방법은 없다. 내가 판단하는 로컬은 편안한 차림으로 저마다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최근에 종로를 몇 번 다녀왔다. 좁디좁은 골목에 새로 생긴 예쁜 식당이나 카페가 얼마나 많던지. 그 앞에서의 웨이팅 줄은 또 어찌나 길던지. 맛집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이 숱한 가게들의 그럴 싸한 메뉴 사진 틈에서 혼란 그 자체였다.
사람에 치여 방황하다가 지친 끝에 우연히 찾아들어간 고깃집이 있었다. 허름한 외관, 낡아빠진 인테리어, 적당히 차있는 편안한 차림의 손님들까지. 그렇다. 느낌이 오더라.
나는 이곳에서 내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항정살 구이를 먹었다.
맞다. 내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항정살 구이 말이다.
외관이 예뻐. 사람들이 올린 메뉴 사진도 기가 막혀. 세상에 너무 맛있을 것 같아. 갔더니 웨이팅이 있네? 추위에 달달 떨면서 기다리다가 겨우 들어갔어. 음식을 먹었어. 그 음식이 내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어떤 음식이 되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종로에는 정말 많은 맛집이 있다고 한다. 인생에서 종로를 몇 번 겪어보지 않았지만, 골목골목 다니다 보니 여기가 21세기인지 20세긴지 헷갈리는 곳 천지다. 그만큼 낡은 동네다. 낡은 동네인 만큼 숨은 맛집이 널려있다. 그 맛집들은 주로 허름한 외관으로 진정한 '맛집'을 즐길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린 연인들의 접근을 제한한다.
수십 년을 한 자리에서 성업 중인 식당이라는 건 맛의 보장과도 같다. 그러니 나는 허름한 로컬 식당을 좋아한다. 그런 식당만을 자꾸 찾아다니게 된다. 그건 우리 동네를 걸을 때나 여행을 떠났을 때나 마찬가지다. 올해에는 그런 찐맛집들을 더 찾을 수 있길 바라본다. 더불어 맛있는 음식을 늘 변함없이 제공해 주는 나의 단골집들이 앞으로도 번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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